라디오를 하나 샀다.
Tivoli Audio Model one.
명품이라곤 하지만 벽돌 두 장 크기의 모노라디오가 25만원이면 다소 비싼 편이다.
"티볼리 원? 그거 디자인이 15만원이고 음질은 10만원이겠지 뭐..."
"아니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HD FM방송을 시작한 이후에 HD 라디오를 살까?"
그렇게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보며 구매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제품의 여섯 가지 컬러 중 제일 마음에 드는 클래식 월넛/베이지를 메이커에서도 구하기 어렵다는 걸 홈피에서 확인하곤 국내 재고 파악 후 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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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현존하는 라디오 중에 최고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유명 메이커에서도 모조품을 만들어 낼 정도다.
스피커 하나, 노브 3개, LED 2개.
더 이상 뺄 것도 하나 없고 더할 것도 하나 없는 단순하고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가히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그널 LED의 밝기를 주시하며 묵직한 주파수다이얼 돌리는 손맛이 일품이다.
정밀한 5:1 감속기어를 사용해 다이얼을 50도 돌리면 실제 주파수 눈금은 10도 만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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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감도는 서울시내에선 내부안테나 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뒷면 스위치로 내부안테나와 75[Ω] 외부안테나 단자를 선택할 수 있다.
수도권 최악의 난청지역이라는 수원, 그 바로 옆에 있는 용인에 살다 보니 부득이 외부안테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파트 공청안테나도 없고 벽면에 FM안테나 단자도 없는 형편이다.
"TV의 낮은 채널, 즉 VHF에 FM이 포함되니 유선방송안테나단자에 한번 연결해 볼까?"
역시 안된다. 유선방송회사에서 FM대역만 제거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다.
결국 제품에 딸려 온 와이어안테나를 베란다쪽으로 길게 늘여 벽면에 테이프로 붙였더니 거의 모든 방송이 만족할 만큼 수신된다.
그러나 완벽한 수신감도를 위해 쓸 만한 FM안테나를 베란다에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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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질은 한마디로 말해서 놀랍다.
어느 누가 스테레오가 모노보다 우월하다고 말하는가?
음질만으로도 비싼 값어치를 한다.
역시 작은 스피커도 유닛 못지 않게 엔클로저가 중요하다.
최대 볼륨에서의 음량은 다소 작은 편이지만 전혀 찌그러짐이 없고 부드럽다.
일부 가족들은 오디오를 켠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이 조그만 라디오에서 얼마나 깊은 저음이 나오는 지를 보여 주려는 듯이 통통하게 살찐 소리가 난다.
다분히 미국적인 소리인 것이다.
특히 FM에서 제일 많이 듣게 되는 중음, 즉 사람 목소리대역이 제일 좋다.
하루 종일 들어도 싫증나지 않을 정도다.
반면에 고음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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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는 모두 스테레오다.
스피커만 모노지 AUX IN, HEADPHONE OUT, REC OUT 등 모든 회로는 스테레오라는 의미다.
그 중에서 REC OUT을 프리앰프의 TUNER 단자로 연결해서 메인시스템을 통해 들어 보니 어지간한 전문 튜너 못지 않다.
평소 집에서 일하며 가볍게 들을 땐 라디오만 켜고, 스테레오로 제대로 음악감상 하고 싶을 땐 하이파이오디오를 켜는 것이다.
FM은 무한대 소스다.
당분간 CD보다 라디오를 더 많이 듣게 될 것 같다.